내가 처음 알게 된 직업 VFX 전문가 이야기
몇 달 전 주말에 아이랑 영화 한 편 봤거든요. 그냥 심심해서 틀었는데, 한참 보다가 전투 장면이 나오더니 갑자기 하늘에서 비행선이 불타면서 쾅 떨어지는 거예요. 순간 ‘이걸 진짜 찍었을까?’ 싶어서 멍하니 봤죠.
집에 와서 괜히 검색을 해봤는데, 그게 바로 VFX라는 거였어요. Visual Effects, 말 그대로 현실에서 찍기 힘든 장면을 컴퓨터로 만들어내는 기술이더라고요.
영화 속 마법 같은 장면들, 그 뒤에는 이런 사람들이 있더군요. VFX전문가들!
마법사가 불덩이 날리고, 게임 속 드래곤이 불 뿜고, 광고에서 반짝이는 향수병이 슬로모션으로 돌아가는 거… 사실 다 촬영 불가능이거나 찍어도 돈이 어마어마하게 드는 장면들이래요. 그럴 때 이 사람들이 CG로 ‘없는 걸 있는 것처럼’ 만들어내는 거죠.
저는 그거 알고 나서 예전에 봤던 영화 몇 장면 다시 돌려봤는데, 와… 진짜 속았더라고요. 세트인 줄 알았는데 절반 이상이 전부 컴퓨터 속에서 만들어진 거였어요.
하루 종일 뭐 하나 봤더니 그냥 그림만 그리는 게 아니더라고요.
먼저 콘셉트를 잡고 장면을 대충 스케치하는 프리비주얼라이제이션이 있고, 캐릭터나 배경을 3D로 만드는 모델링, 색과 질감을 입히는 텍스처링, 움직임 넣는 애니메이션, 불·연기·물결 같은 시뮬레이션까지… 마지막에 실사랑 합성해서 진짜처럼 보이게 만드는 작업이 쫙 이어져요.
툴은 Maya, Blender, Houdini, Nuke, After Effects… 이름만 들어도 현기증이. 저도 호기심에 Houdini 강좌를 켰다가 5분 만에 ‘아… 내 길이 아니다’ 하고 껐습니다.
만약 누가 ‘나 VFX 전문가 되고 싶다’ 하면 저는 이렇게 말할 거예요.
영상디자인, 애니메이션, 컴퓨터그래픽 기본은 알아야 하고 색감·구도·조명 원리도 꼭 익히라고.
처음부터 여러 프로그램 손대지 말고 하나만 제대로 파는 게 좋다고.
그리고 폭발·연기·합성·3D 캐릭터 같은 작업을 모아 1~2분짜리 포트폴리오 만들면 좋다고.
마지막으로 영화사, 광고, 게임 스튜디오 같은 데서 인턴하면 실무 감이 확 온다고요.
물론 이게 멋있어 보이긴 해도 절대 쉬운 일은 아니래요. 마감에 쫓기고, 기술은 계속 변하고, 하루 종일 모니터만 봐야 하고.
그래도 자기 손으로 만든 장면이 스크린에 나올 때의 그 짜릿함은… 아마 다른 데선 못 느낄 겁니다. 진짜 영화 속 마법을 만든 사람만 아는 기쁨이죠.
아이들이 상상하는 걸 현실로 뚝딱 만들어서 보여줄 수 있다는 건 참 멋진 일 같아요. 저도 언젠간 취미로나마 한번 배워보고 싶네요. 다음에 영화 보실 때 VFX 찾아보면서 보세요. 전혀 다른 눈으로 보이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