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바뀔 때마다 바뀌는 교육정책, 그 속에서 교육은 어디로 가야 하나
대한민국의 교육 정책은 정권 교체의 영향을 지나치게 많이 받아 왔다. 이명박 정부는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자사고)를 확대했고, 문재인 정부는 다시 자사고를 폐지하려 했다. 같은 학교를 두고 ‘잘한 정책’이냐 ‘폐지할 정책’이냐가 정권마다 뒤바뀌는 셈이다. 이런 혼란은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의 혼란으로 이어진다. 특히 입시 정책과 학교 운영 시스템이 바뀌면, 그 여파는 수년간 영향을 미친다. 결국 교육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러한 혼란을 줄이기 위해 설립된 것이 바로 국가교육위원회다. 정권과 무관하게 중장기적인 교육 방향을 설계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책을 안정화하려는 취지에서 출범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통령의 교육 공약과 국가교육위원회의 고유 업무가 충돌하거나, 국민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지 못하는 소극적인 운영으로 비판받고 있다. 특히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위원회의 실질적인 기능 수행이 어렵다는 지적도 크다. 위원회의 운영이 ‘기계적 중립’에 머무르면서 오히려 교육계 내 갈등을 조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권에 따라 바뀌는 교육 정책을 막기 위해서는 단순한 제도 설립이 아닌, 실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고교 다양화 정책과 같은 민감한 사안은 국가교육위원회가 주도하여 법적, 제도적으로 안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한 여론조사가 아닌, 다양한 계층과 세대의 참여를 유도하는 ‘숙의 과정’이 필요하다.
AI 디지털 교과서, 혁신인가 또 다른 혼란인가
최근 교육부는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교과서는 종이책이 아닌 AI 프로그램 기반의 맞춤형 교육 자료로, 학생들의 수준과 학습 스타일에 맞춰 자료를 제공하고, 교사는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생에게 개별 피드백을 줄 수 있다. 이상적으로 보면 매우 미래지향적인 교육 도구다. 학습 데이터의 객관성과 실시간 분석을 통해 기초학력 미달 문제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AI 디지털 교과서의 도입 시점과 방법이 너무 급작스럽다는 지적이 있다. 교사와 학생 모두 이에 대한 충분한 훈련이 되어 있지 않으며, 디지털 기기 중독이나 시력 저하 같은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에 대해 정부는 영국처럼 기업의 프로그램을 활용하되, 국가가 기준을 설정하고 관리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뉴질랜드처럼 학생 맞춤형 학습 시스템이 잘 작동하고 있는 나라의 사례를 참고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AI 교과서’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는 환상은 경계해야 한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과 교사의 전문성 확보 없이 기술만 앞세우는 것은 오히려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 AI 교과서는 도구일 뿐, 교육의 중심은 여전히 사람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늘봄학교,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또 다른 현 정부의 대표 교육 정책 중 하나는 늘봄학교다. 이 정책은 방과후 돌봄과 학습을 학교 안에서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많은 학부모는 사교육과 돌봄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실제로 학부모의 요구로 학교 내에서 늘봄학교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교사들에게는 업무 과중과 역할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특히 늘봄학교 강사가 부족하거나, 정치적·종교적 중립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이 때문에 지자체 중심의 운영 체제 전환이나 전문 강사 풀 구성 같은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단순히 학교에 떠넘기는 방식으로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늘봄학교는 아이들의 안전한 돌봄과 학습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지만, 지금처럼 학교가 인력과 예산의 한계 속에서 운영한다면 본래의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 학교와 지역사회가 협력하고, 정부가 지속가능한 재정과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만 진정한 ‘늘봄’이 가능해질 것이다.
교육의 중심은 정권이 아닌 사람이어야 한다
교육은 ‘정권’이 아닌 ‘국민’의 미래를 위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매 정권마다 교육의 방향이 바뀌는 혼란을 겪고 있다. 국가교육위원회의 설립은 그런 혼란을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지만, 현재의 운영 방식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AI 디지털 교과서나 늘봄학교 같은 새로운 정책들도 사회적 합의와 현장 적용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특히 교사, 학생, 학부모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정책을 밀어붙이기보다는 함께 만들어가는 태도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은 기술도, 제도도 아닌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 교육에 필요한 것은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을 방향성과 신뢰다. 그것이 바로 진짜 교육개혁이다.